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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개관한 안산 최초의 시립 도서관, 관산도서관에는 전국에서도 보기 드문 한옥 구조의 어린이 자료실이 있습니다. 처음 방문했을 때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도서관 안에 진짜 한옥 처마와 기둥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아이 손을 잡고 들어서는 순간, 책 냄새와 나무 향이 섞인 공간이 꽤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한옥 도서관, 실제로 가보니 어떤가
관산도서관은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관산길 29, 관산공원 내에 자리합니다.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연면적 3,737㎡)로, 1층에 한옥어린이자료실과 미디어정보실이 위치해 있습니다(출처: 안산시 관산도서관 공식 홈페이지). 총 장서 수는 204,698권으로, 그중 한옥어린이자료실에만 50,629권이 비치되어 있습니다.
제가 이 공간에 처음 발을 들인 건 문화 특강 때문이었습니다. 영어 독서법 강연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갔는데, 정작 강연보다 건물 자체에 먼저 눈이 갔어요. 입구부터 한옥 구조로 설계된 틀이 인상적이었고, 내부 기둥과 지붕 가구(架構) — 쉽게 말해 한옥의 지붕을 받치는 목재 골격 구조 — 마다 전통 명칭이 적힌 안내판이 붙어 있었습니다. 저도 처음 보는 이름들이 꽤 있었는데, 이게 오히려 좋았습니다. 아이와 함께 "이건 뭐야?"를 주고받으며 자연스럽게 전통 건축 어휘를 익힐 수 있으니까요.
온돌 마루(溫突 마루) — 바닥 전체에 열을 공급하는 전통 난방 구조를 현대적으로 재현한 따뜻한 좌식 공간 — 가 깔린 유아 구역은 낮은 책장과 함께 영아부터 미취학 아동까지 편하게 앉아 책을 볼 수 있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수유실도 별도로 마련되어 있어서, 아직 어린 아이를 데리고 오는 부모라도 불편함 없이 머물 수 있었습니다.
- 운영 시간: 어린이자료실·미디어정보실 평일·주말 모두 09:00~18:00
- 정기휴관일: 매주 금요일 및 법정공휴일 (방문 전 반드시 확인 필요)
- 도서 반납: 입구 무인 반납기로 휴관일·야간에도 반납 가능
- 총 열람석: 일반열람실 230석, 학생열람실(남) 122석, 학생열람실(여) 140석, 노트북석 34석
다문화 배경이 녹아 있는 장서 구성, 빛과 그림자
관산도서관 주변 원곡동 일대는 안산에서도 다문화 밀집 지역으로 잘 알려진 곳입니다. 그 영향인지, 한옥어린이자료실에는 한국어 도서 외에 여러 나라 언어로 된 자료도 비치되어 있습니다. 제가 직접 서가를 살펴봤는데, 중국어·베트남어·영어 그림책이 섞여 있었고, 다국어 그림책(bilingual picture book) — 두 가지 이상의 언어를 한 책에 담은 아동 도서 형식 — 도 여럿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 점은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게는 물론, 언어에 관심 있는 아이에게도 꽤 자극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솔직하게 말하자면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영어 도서 분류 방식이 AR 지수(Accelerated Reader Level) — 텍스트의 어휘 난이도와 문장 길이를 수치화한 독서 수준 지표로, 미국 초등 현장에서 널리 쓰입니다 — 기준이 아닌 전통적인 십진분류법(DDC) 방식으로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영어 원서 독서를 꾸준히 해온 분들이라면 아이의 수준에 맞는 책을 바로 골라내기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어떤 책이 우리 아이 단계에 맞는지 한참 헤맸고, 결국 사서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직원분이 친절하게 안내해 주셔서 해결됐지만, AR 기준으로 분류해 두면 더 편리하겠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또한 관산공원 안에 위치해 있다 보니 도서관 주변 환경은 좋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꽤 중요한 요소인데, 아이가 책을 다 읽고 나서 바깥으로 나가 공원을 한 바퀴 도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나들이가 완성됩니다. 단, 전철역과 거리가 있고 언덕을 올라가야 하는 지형이라 대중교통 이용 시 불편할 수 있습니다. 어린아이와 함께라면 차로 이동하는 편을 권합니다.
특강 프로그램, 가볼 만한 이유가 하나 더 생기다
관산도서관을 단순 열람 공간으로만 보면 아깝습니다. 제가 이 도서관을 두 번 이상 찾은 결정적인 이유는 정기적으로 열리는 특강 프로그램 때문이었습니다. 올해 직접 참여한 것만 해도 "초·중등 자녀를 위한 영어교육 로드맵" 학부모 특강이 있었는데, 연령별 영어 학습 방향을 구체적으로 짚어줘서 예상보다 훨씬 내용이 좋았습니다.
최근 진행된 프로그램들을 보면(출처: 안산시립 관산도서관) 범위가 꽤 넓습니다. 작가 초청 인문학 강연인 "하루10분 X 작가산책"에서는 최현주 작가가 직접 나와 또래 관계와 소통을 주제로 이야기했고, 여름방학 특강 "놀이로 배우는 경제"는 어린이들이 교구(敎具) — 수업에서 개념 이해를 돕기 위해 사용하는 학습 도구 — 를 활용해 기초 경제 개념을 체득하도록 설계된 참여형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저는 학부모로서 이런 구성이 반갑습니다. 독서와 강연이 이어지는 방식이 단순히 책 빌리는 것 이상의 경험을 만들어 주니까요.
"전통과 다문화 책 잔치"처럼 지역 내 다문화 가정을 아우르는 독서 문화 프로그램도 정기적으로 열립니다. 이런 특강들이 좋은 내용임에도 잘 알려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경험상 신청 경쟁이 생각보다 빠르게 마감되기도 하니, 관심 있으신 분은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일정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관산도서관 한옥어린이자료실은 주말에도 이용할 수 있나요?
A. 네, 가능합니다. 한옥어린이자료실과 미디어정보실은 평일과 주말 모두 09:00~18:00 운영합니다. 다만 매주 금요일과 법정공휴일은 정기휴관이므로, 방문 전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영어책 수준을 모르는데 사서한테 물어봐도 되나요?
A. 제가 직접 문의해봤는데, 직원분들이 꽤 친절하게 도와줬습니다. 다만 AR 지수 기준으로 분류된 것이 아니라 십진분류법 방식으로 정리되어 있어서, 아이의 영어 수준을 간략히 설명하고 추천을 요청하는 편이 효율적입니다. 사전에 AR 레벨을 파악해 가면 더 빠르게 원하는 책을 찾을 수 있습니다.
Q. 관산도서관 특강은 어떻게 신청하나요?
A. 안산시 도서관 공식 홈페이지에서 프로그램 일정을 확인하고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인기 강연은 신청 개시 직후 마감되는 경우가 있어서, 관심 있는 프로그램은 일정을 미리 체크해 두는 것을 권합니다.
Q. 도서관 주차는 되나요? 대중교통으로 가기 불편한가요?
A. 관산공원 내에 위치해 있어 주차 공간이 있습니다. 대중교통의 경우 전철역과 거리가 있고 언덕을 올라가야 하는 지형이라 어린 아이와 함께라면 다소 불편할 수 있습니다. 저는 아이와 갈 때는 주로 차를 이용했고, 그편이 훨씬 편했습니다.
결론
관산도서관을 단순히 "한옥이 예쁜 도서관"으로 소개하는 것은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1993년 개관 이후 30년 넘게 지역 주민과 함께해 온 공간답게, 장서 규모나 프로그램 구성 모두 생각보다 탄탄합니다. 특히 다문화 지역 특성을 반영한 다국어 장서와 내실 있는 특강 프로그램은, 그냥 한 번 들러보는 것 이상의 이유를 만들어 줍니다.
물론 영어 도서의 AR 지수 미분류나 대중교통 접근성 같은 아쉬움도 분명 있습니다. 그럼에도 한옥어린이자료실에서 아이와 온돌 마루에 앉아 책 한 권 읽고, 공원을 산책하고, 근처 원곡동 다문화 거리에서 이국적인 음식 한 끼를 먹는 코스는 제가 여러 번 경험하고도 또 가고 싶은 나들이입니다.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특강 일정을 먼저 확인하고 방문 계획을 세우면 더 알차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