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손을 잡고 안양예술공원에 다녀왔습니다. 계곡에서 발을 담그고 아빠와 물장구 장난을 치다가, 옆에서 물고기를 잡으려는 아이들을 한참 구경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상류 바위 위에 꼼짝도 않고 서 있는 백로 한 마리를 발견했을 때, 아이가 숨을 죽이며 "엄마, 저거 진짜야?" 하고 속삭이던 그 순간 — 어떤 놀이공원도 만들어줄 수 없는 장면이었습니다. 계곡에서 자연과 교감하고, 세계적인 공공예술 작품을 산책하고, 실내 워터파크까지 갖춘 곳이 안양에 있다는 게 이날 새삼 고마웠습니다.
안양예술공원 계곡 — 아이와 아빠가 함께 만드는 여름 추억
공원 입구에서 안으로 들어서면 병목안 계곡이 바로 옆으로 펼쳐집니다. 수심이 깊지 않고 유속이 완만해서 어린아이와 발을 담그기에 딱 좋은 구간이 곳곳에 있습니다. 저희도 돗자리를 깔고 앉아 아이와 아빠가 물장구 싸움을 벌이는 걸 지켜봤는데, 누가 더 많이 튀기나 하며 깔깔대는 소리가 한참 이어졌습니다.

옆에서는 아이들 몇 명이 조그만 뜰채를 들고 물고기를 잡으려 엎드려 있었습니다. 저희 아이가 그 광경에 홀린 듯 한동안 꼼짝 않고 바라보더니 "나도 저거하고 싶다"라고 했습니다. 직접 잡지는 못했지만, 다른 아이들이 작은 물고기를 건져 올리는 순간 같이 환호하며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눈을 반짝였습니다. 이런 장면은 계획한다고 만들어지는 게 아닙니다. 자연 속에 아이를 풀어두면 그냥 생겨납니다. 제가 다시 실감한 것은 물의 투명도였습니다. 관악산과 삼성산 사이 골짜기에서 흘러내리는 물이라 그런지, 돌 위에 앉은 물이끼까지 또렷하게 보일 정도로 맑았습니다. 그렇게 물을 바라보다 상류 바위 위에 백로(白鷺)가 홀로 서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백로는 왜가리과에 속하는 물새로, 수질이 깨끗한 하천에서만 먹이를 구하는 환경 지표종입니다. 쉽게 말해 백로가 서식한다는 건 물이 그만큼 오염되지 않았다는 자연의 증거입니다. 아이와 함께 숨죽이며 바라보다 천천히 날아오르는 걸 보고 둘 다 환호했는데, 이날의 진짜 하이라이트였습니다.

- 입장료: 무료 (공원 전체)
- 주차장 운영: 오전 9시 ~ 오후 7시, 최초 15분 무료 / 이후 30분당 400원 / 일 최대 25,000원
- 대중교통: 안양역에서 마을버스 2번 탑승 / 지하철 2호선 관악역 2번 출구에서 도보 약 10분
- 주소: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예술공원로131번길 7
주말에는 주차 경쟁이 꽤 치열합니다. 오전 10시 이전 도착을 권장하며,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훨씬 편합니다. 안양워터랜드 건물 내 주차는 선불 5,000원이고 100대까지만 가능하며, 만차 시 삼성산 산림욕장 공용주차장(무료)이나 예술공원 공영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안양파빌리온과 공원 조형물 — 계곡 옆에서 만나는 세계적인 건축
계곡을 따라 안쪽으로 걷다 보면 멀리서도 눈에 띄는 흰색 곡선 건물이 나타납니다. 처음 봤을 때 "저게 뭐지?" 싶었는데, 바로 안양파빌리온이었습니다.
안양파빌리온은 포르투갈 출신 건축가 알바로 시자 비에이라(Álvaro Siza Vieira)가 아시아에서 최초로 설계한 건축물입니다. 알바로 시자는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Pritzker Architecture Prize) 수상자로, 20세기 모더니즘 건축의 거장으로 평가받습니다. 프리츠커상이란 매년 살아 있는 건축가 중 탁월한 업적을 남긴 단 한 사람에게만 수여되는 국제 최고 권위의 건축상입니다. 그런 거장의 아시아 첫 작품이 이 공원 안에 무료로 전시되어 있다는 사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건물 내부는 기둥이 없는 쉘 구조(Shell Structure)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쉘 구조란 달걀껍데기처럼 곡면 자체로 하중을 분산시키는 방식으로, 기둥 없이도 넓은 공간을 만들 수 있습니다. 덕분에 내부가 훨씬 탁 트이고 넓게 느껴집니다. 자연광이 창을 통해 들어오는 방식도 독특해서, 시간대마다 내부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집니다.
파빌리온 내부에는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 Anyang Public Art Project)의 아카이브 상설전시가 운영되고 있으며, 2,000여 권의 공공예술 도서를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는 서가도 있습니다. APAP는 3년마다 열리는 국내 유일의 공공예술 트리엔날레(Triennale)입니다. 트리엔날레란 3년 주기로 개최되는 국제 예술 행사를 뜻하며, APAP는 2005년 제1회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공원 곳곳에 설치된 조형물들이 모두 이 프로젝트의 산물입니다(APAP 공식 홈페이지 참조).

파빌리온 산책을 마쳤다면 공원을 더 둘러볼 것을 권합니다. 비토 아콘치 작품인 '나무 위에 선으로 된 집', 네덜란드 건축사무소 MVRDV가 설계한 전망대, 벽천광장 인공폭포 등이 자연 속에 배치되어 있어 걷는 동선 자체가 야외 갤러리가 됩니다. 무장애 탐방데크도 마련되어 있어 유모차를 끄는 가족도 부담 없이 이동할 수 있습니다.
추천 동선 — 계곡부터 파빌리온, 카페까지
하루 동선을 추천하자면, 오전에 주차를 마치고 계곡에서 물놀이를 충분히 한 뒤 → 파빌리온과 조형물 산책 → 계곡 뷰 카페에서 케이크 한 조각으로 마무리하는 코스가 가장 자연스럽습니다. 안양예술공원에 왔다면 저는 계곡 놀이를 가장 먼저 권하고 싶습니다. 무료인 데다, 아이가 자연 속에서 온몸으로 뛰어노는 경험은 어떤 시설도 대신할 수 없거든요.
단, 비가 오거나 날씨가 계곡 놀이에 적합하지 않은 날이라면 공원 내 안양워터랜드를 대안으로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슬라이드, 파도풀, 키즈풀, 스파풀 등을 갖춘 실내 워터파크로 연중무휴 운영됩니다. 자세한 요금과 운영 정보는 안양워터랜드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세요.
공원 상류로 더 올라가면 2025년 말부터 전면 개방된 안양수목원과도 연결되어, 여유가 있다면 함께 둘러보는 것도 좋습니다.
이날 카페에 앉아 아이가 치즈케이크를 먹으면서 "엄마, 우리 여기 또오자! 다음에 물고기 잡을 수 있어?" 하고 물었습니다. 잡히지도 않는 물고기를 쫓던 다른 아이들을 그렇게 눈에 새겨 왔던 겁니다. 워터파크 슬라이드보다, 도심에서 만난 백로 한 마리와 물속을 헤엄치는 작은 물고기 한 마리가 아이 마음에 더 오래 남더라고요. 자연과 예술이 공존하는 안양예술공원, 이번 여름 가족 나들이 장소로 진심으로 추천합니다.
참고:
- APAP 공식 홈페이지: https://www.apap.or.kr
- 안양워터랜드 공식 홈페이지: https://anyangwaterland.co.kr
- 안양시 관광 안내: https://www.anyang.go.kr/tour/contents.do?key=18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