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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산식물원 유리온실 입구에서 미션을 시작했습니다.
온실 문을 열고 몇 걸음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아이가 갑자기 저 멀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엄마 저기 바나나야! 내가 좋아하는 바나나!" 마트 매대 위에 얌전히 놓여 있던 그 노란 바나나가 커다란 잎사귀를 늘어뜨린 채 사람 키보다 훌쩍 큰 모습으로 서 있는 걸 보고 아이는 한참을 그 자리에 멈춰 서서 눈을 떼지 못했어요. 안산식물원에 들어가기 전 저는 아이와 작은 약속을 하나 했습니다. 식물원 안에서 가장 큰 풀을 찾아보자는 것이었죠. 바나나를 찾으면 미션 성공인데, 사실 바나나가 나무가 아니라 풀이라는 걸 아이들은 잘 모릅니다. 그날의 미션 나들이를 기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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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장 큰 풀 찾기 미션, 바나나와 마주친 순간
저는 아이에게 미리 살짝 힌트를 주었습니다. "오늘은 식물원에서 제일 큰 풀을 찾아보는 거야." 나무처럼 크지만 사실은 나무가 아닌 것, 그게 바로 바나나라는 사실을 아이는 처음엔 잘 믿지 못하는 눈치였어요. 그런데 실제로 커다란 바나나 잎 앞에 서고 나니 아이 스스로 그 크기에 압도된 듯했습니다. 마트에서 낱개로 사 먹던 바나나가 이렇게 커다란 잎을 매달고 서 있는 모습을 처음 본 아이는 "엄마 저기 바나나야! 내가 좋아하는 바나나!"라며 큰 소리로 외쳤고, 저는 그 반응이 반가워서 얼른 옆에서 잎을 짚어가며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나무처럼 단단한 줄기가 아니라 겹겹이 감싸인 잎줄기로 서 있는 게 바나나라는 걸, 그래서 사실은 풀에 가깝다는 걸 아이 눈높이에 맞춰 천천히 짚어주었습니다. 마트 매대에 놓인 낱개의 노란 바나나만 보던 아이에게 실제로는 여러 송이가 뭉쳐서 거꾸로 매달려 자란다는 사실도 새로웠던 모양입니다. 한참을 올려다보며 손으로 잎의 결을 따라가 보기도 했어요.
자주색 바나나 꽃을 조심스레 들여다보다
잎을 한참 구경하던 아이가 이번엔 옆에 매달린 짙은 자주색 꽃송이를 발견하고 물었습니다. "이게 뭐야?" 바나나 꽃이라고 알려주자 아이는 신기한 듯 눈을 크게 떴어요. 저는 아이 손을 잡고 꽃이 다치지 않게 살짝 가까이서만 들여다보자고 말했습니다. 만지지 않고 눈으로만 관찰하는 약속을 지키며 꽃잎 사이사이를 들여다보는 아이 모습이 꽤 진지했습니다. 마트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장면이라, 저에게도 새삼 반가운 순간이었어요.
2. 열대관, 키가 크고 잎이 큰 식물들을 보며 대화해요.
바나나 구역을 지나 열대관 안쪽으로 더 들어가니 야자수를 비롯해 잎이 유독 큼직한 식물들이 줄줄이 이어졌습니다. 저는 문득 아이에게 물어봤어요. 따뜻한 나라에 사는 식물들은 왜 이렇게 잎이 클까 하고요. 아이는 곧바로 답을 내놓기보다는 양팔을 최대한 벌려 보이며 잎의 크기를 몸으로 가늠해 보려는 듯했습니다. 저도 정답을 딱 정해주기보다는, 잎이 크면 햇빛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함께 짐작해 보는 쪽으로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한 가지를 알려주고 끝내는 것보다 이렇게 서로 짐작해 보고 이야기를 주고받는 편이 아이도 훨씬 더 재미있어하는 것 같았어요. 잎마다 크기와 모양이 다 다르다는 걸 눈으로 비교해 가며 걷다 보니 열대관 구간이 생각보다 길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3. 가장 키 큰 나무 찾기와 사진 놀이
바나나와 큰 잎 구경을 끝낸 뒤에는 자연스럽게 다음 미션으로 넘어갔습니다. 식물원 안에서 가장 키가 큰 식물을 찾아보는 거였는데, 아이는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나름 진지하게 후보를 골라냈습니다. 높이 솟은 야자수 앞에 서서 고개를 한껏 젖히고 올려다보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스스로 기준을 세워 비교해 보는 태도가 신기하기도 했어요.
그러다 예쁜 꽃을 발견할 때마다 아이는 걸음을 멈추고 저를 불렀습니다. "엄마 나 사진 찍을래." 이 말을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모릅니다. 화사한 색의 꽃 앞에 설 때마다 포즈를 잡고 사진을 찍어달라고 조르는 통에 정작 제 걸음은 자주 멈춰야 했습니다.
4. 중부관 인공폭포, 작은 정원 포토존
열대관을 지나 중부관으로 넘어가면 분위기가 한결 차분해집니다. 이곳엔 작은 인공폭포와 아담한 정원이 꾸며져 있는데, 크기는 크지 않아도 카메라에 담으면 생각보다 훨씬 예쁘게 나와서 저도 몇 장이나 셔터를 눌렀습니다. 폭포 앞에 아이를 세워두고 사진을 찍었더니 배경이 온통 초록빛이라 따로 꾸미지 않아도 그림 같은 컷이 나왔어요.
물 떨어지는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으니 아이를 데리고 다니느라 쌓였던 피로가 슬쩍 풀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잠깐이지만 발걸음을 멈추고 정원 사이를 천천히 걸으며 숨을 돌리기 좋은 구간이었어요.

5. 남부식물원, 허브 향기 오감놀이
남부식물원 쪽으로 넘어가면 허브 향이 은은하게 퍼져 있습니다. 여기도 물소리가 참 좋은데, 중부관보다도 더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었어요. 마침 정자처럼 앉을 수 있게 마련된 자리가 있어서 아이와 잠시 걸터앉았습니다. 아이는 정자에 앉아 물속을 한참 들여다보기도 하고, 매달려 있는 허브 화분에 가까이 다가가 잎을 살펴보기도 했어요.
저는 아이에게 코를 가까이 대고 허브 향을 맡아보자고 했습니다. 향이 나는 잎과 그렇지 않은 잎을 번갈아 맡아보며 다르다는 걸 스스로 알아차리는 모습이 재미있었어요. 눈으로 보고, 귀로 물소리를 듣고, 코로 향을 맡아보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짧은 구간인데도 꽤 오래 머물렀습니다.

6. 성호공원과 단원조각공원으로 이어지는 산책
온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면 바로 바깥 녹지로 이어집니다. 저는 이번엔 조각공원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는데, 우거진 큰 나무들 사이로 조각 작품들이 하나둘 나타나는 구간이 특히 좋았습니다. 나무 그늘이 짙게 드리운 길을 따라 걸으며 곳곳에 놓인 조각 작품 앞에서 잠시 멈춰 사진을 찍기도 했어요. 온실 안에서 식물을 관찰하던 시간과는 또 다른 결의 산책이라, 하루 안에 두 가지 분위기를 다 누린 느낌이었습니다.
성호공원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넓은 잔디밭과 이어지고, 여름철에는 무료 물놀이 시설도 가동되니 온실에서 나온 뒤 야외 일정을 더 이어가기에도 좋은 동선입니다.

7. 안산식물원 이용 정보
| 구분 | 내용 |
|---|---|
| 주소 |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성호로 113 (부곡동 613) |
| 운영 시간 | 하절기(3월~11월) 09:30~17:30 / 동절기(12월~2월) 09:30~17:00 |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설날·추석 당일 |
| 입장료·주차 | 무료 (주차장 무료 이용) |
| 문의 | 031-481-3168 |
💡 이용 유의사항 : 운영 시간과 휴관일은 계절이나 시설 보수 일정에 따라 바뀔 수 있으니, 방문 전 안산식물원 공식 홈페이지 또는 안산시청 공식 홈페이지에서 최신 공지를 확인하시길 권해요.
8. 자주 묻는 질문
Q. 유모차를 끌고 다니기 편한가요?
계단이나 급한 경사 없이 평탄한 동선이라 유모차나 웨건을 밀고 다니기에 무리가 없었습니다.
Q. 사진 촬영이 자유롭게 가능한가요?
온실 내부에서 사진 촬영은 가능했습니다. 다만 식물 보호를 위해 꽃이나 잎을 직접 만지는 행동은 삼가는 게 좋습니다.
Q. 관람 소요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저희는 온실 안에서 아이와 미션 놀이를 하며 천천히 둘러보느라 한 시간 반 정도 걸렸고, 성호공원과 조각공원까지 이어서 걸으면 두 시간 반 정도 잡으면 여유롭습니다.
Q.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한가요?
보조견을 제외한 반려동물 동반은 제한되니 방문 전 확인해 보시는 게 좋습니다.
9. 다녀와서
미션을 완수하고 돌아오는 길에 아이는 다음엔 또 어떤 미션을 할 거냐고 먼저 물었습니다. 저는 다음 나들이 때는 열매 찾기 미션을 준비해 보려고 합니다. 날씨 걱정 없이 아이와 뭔가 함께 찾아다닐 거리가 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안산식물원은 저희 집 나들이 목록에 남을 것 같습니다.